이제 개발자들 밥 굶게 생겼다

이제 개발자들 밥 굶게 생겼다.
농담처럼 쓰지만 진짜 걱정이 된다.

나는 인터넷은 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이 뭔지, 프로그램 언어라는 게 뭔지는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영어권 어느 조그만 나라 말인가 싶은 정도다.

그런 내가 이제 내 말 몇 마디로, 내 일에 꼭 필요한 운송장부를 만들었다.

내가 하는 일은 화물운송이다.
화물운송은 돈이 바로 들어오는 일이 아니다. 빠르면 당일 결제도 있지만, 대부분은 15일에서 한 달 사이에 들어온다. 그래서 미수금 관리가 중요하다. 오늘 어디서 싣고, 어디에 내렸고, 운송료가 얼마고, 부가세는 얼마고, 수수료는 얼마고, 실제 들어와야 할 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24콜이나 원콜 같은 알선 플랫폼에도 기록은 남는다.
하지만 나는 그 기록만 믿지 않는다. 사람이 운영하는 시스템이고, 언제 먹통이 될지 모른다. 더 생각하기 싫지만, 내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도 문제다. 가족이나 누군가가 알선 플랫폼을 뒤져서 미수금을 확인해야 한다면? 제대로 정리된 장부가 없다면 받을 돈도 놓칠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손으로 장부를 써왔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제 Codex라는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운송일보 앱을 만들었다.

누가?

내가.

프로그래밍을 아는 내가 만든 게 아니다.
코드를 아는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내가 필요한 걸 말했다. 날짜가 필요하다. 업체명이 필요하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필요하다. 운송료, 부가세, 알선수수료, 주유비, 통행료, 미수금, 입금 여부가 필요하다. 월별로 합계도 나와야 한다. 엑셀로도 빼야 하고, 혹시 모르니 백업과 복원도 돼야 한다.

그렇게 개떡같이 설명했는데, 인공지능이 찰떡같이 알아먹었다.

물론 한 번에 완벽하게 된 건 아니다.
내가 설명을 잘못해서 버벅이기도 했고, 내가 원하는 구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여러 번 고쳤다. 그래도 중요한 건 이거다. 예전 같으면 개발자를 찾아가야 했고, 견적을 받아야 했고, 돈을 줘야 했고, 내가 원하는 걸 설명하다가 지쳐야 했던 일을 이제 내가 직접 손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섭다.

기술이 좋아진다는 말은 너무 순한 표현이다.
이건 어떤 직업의 밥그릇 일부가 통째로 사용자 쪽으로 넘어오는 일이다. 물론 고급 개발자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큰 시스템, 보안, 서버, 데이터베이스, 안정성, 유지보수는 아무나 못 한다. 하지만 작은 프로그램, 개인용 장부, 간단한 업무 앱, 이런 것들은 이제 현장 사람이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나 같은 화물차주도 만든다.
그럼 사무실 직원도 만들고, 자영업자도 만들고, 공장 반장도 만들고, 농사짓는 사람도 만들 것이다. 자기 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인공지능에게 말로 지시해서 자기 도구를 만드는 시대다.

그래서 기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2년 전 결혼한 사촌조카 직업이 프로그래머다.
요즘 상황이 어떤지 차마 물어보질 못하겠다. 괜찮냐고 묻는 것도 부담일 것 같고, AI 때문에 힘드냐고 묻는 건 더 잔인한 말 같아서다.

나는 오늘 운송일보 앱 하나를 만들고 신이 났다.
그런데 그 신남 뒤에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이게 편리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밥줄이 흔들리는 소리일 수 있다.

세상은 늘 이렇게 바뀌었다.
새 도구가 나오면 누군가는 일을 덜고, 누군가는 일을 잃었다.
이번에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모쪼록 사촌조카도, 그리고 이 변화의 한복판에 선 개발자들도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은 개발자의 일이지만, 내일은 내 일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