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미니를 산 가장 큰 이유부터 말하면 거창한 게 아니다.
호기심이다. 그리고……………
재난이나 전쟁으로 지상 통신망이 끊겼을 때 별도의 통신수단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KT에 휴대폰·인터넷·IPTV를 전부 묶어 놓은 구조에서 조금 벗어나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부차적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어지간한 곳에서는 휴대폰 LTE나 5G가 잘 터지는 나라에서 스타링크가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그냥 위성 수천 개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면서 인터넷을 연결해 준다는 물건을 내가 직접 써보고 싶었다.
호기심이다.
아이폰 3GS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새로운 물건을 보면 직접 만져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 병이 또 도진 것이다.
내가 처음 구상했던 사용법
그래도 사기로 했으니 나름 쓸모는 만들어봤다.난 사기로 했으면 사기전까진 자도 잔것 같지 않다.
나는 화물차를 타고 전국을 다닌다.
차에서 맥북과 아이패드를 쓰기도 하고, 핫셀블라드로 찍은 사진은 파일 하나가 워낙 커서 휴게소에 세워놓고 NAS로 사진을 올릴 때 휴대폰 데이터를 제법 잡아먹는다.
그래서 처음 구상은 이랬다.
휴대폰 데이터 요금제는 통화·문자와 내비게이션 정도만 쓸 수 있게 낮추고, 차에서는 Starlink Mini를 와이파이 공유기처럼 사용한다.
집의 KT 약정이 이번달로 끝나면 집에도 별도로 스타링크를 설치하고 Apple TV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돈을 아끼는 계획은 아니었다.
월 사용료를 계산해보면 현행 kt요금에 비해 오히려 조금 더 들 수도 있었다.
그냥 차와 집을 기존 통신사 망 하나에 전부 의존하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해보고 싶었다.
스타링크 사는 것부터 삽질이었다
9월 24일 주문을 시작했는데 결제부터 말을 안 들었다.
애플페이도 해보고 카드도 여러 장 바꿔보고, 주소도 한글과 영문으로 계속 바꿨다.
계속“입력하신 배송 주소가 유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몇 시간을 씨름하다가 포기했다가 다음 날 삼돌이(챗지피티)를 다시 붙잡고 결국 주문에 성공했다.
Mini 본체와 세금, 배송비를 합쳐 352,000원이었다.
9월 29일 드디어 물건이 왔다.
받아보고 첫 느낌은“이거 마감이 왜 이래?”였다.
접합부에 단차가 눈에 보였다.
밖에 가지고 다니며 쓰는 물건인데 마감이 생각했던 것보다 허접해 보였다.
첫 시험은 집, 본격적인 시험은 삼락생태공원
수령한 날 집 베란다에서 일단 전원을 넣어봤다.
우리 집 베란다는 하늘이 남,서는 열려있고 동,북쪽은 상당 부분 가려져 있다.
그런데도 위성을 일부 잡았고 인터넷은 됐다.
속도도 아주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서부터 궁금증이 더 커졌다.
“그럼 차 안에서도 되는 것 아닌가?”
다음 날 제대로 시험하려고 삼락생태공원으로 갔다.
차를 세워놓고 Starlink Mini를 화물차 대시보드 위에 놓았다.
지붕 밖으로 내놓은 것도 아니고 앞유리를 사이에 둔 상태였다.
그런데 된다.
대시보드에 올린 상태인데도 다운로드가 수십 Mbps씩 나왔고 좋은 순간에는 상당히 빠른 속도도 찍혔다. 테스트 과정에서 48Mbps, 87Mbps 같은 수치도 나왔고 조건이 좋은 순간에는 100Mbps를 넘긴 적도 있었다.
여기서 예상 밖이었다.
나는 스타링크라면 무조건 지붕 위에 올려놓고 사방이 뻥 뚫려야 인터넷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앞유리 안쪽 대시보드에서도 된다.
그래서 그다음 주행 테스트로 옮겼다.
내가 가장 크게 착각했던 것 — “달리면서도 되네?”
삼락생태공원에서 정차 테스트를 끝내고 강변도로로 차를 움직였다. 낙동강변도로는 하늘은 열렸지만 대시보드의 미니는 전면만 열렸지 삼면은 막힌 상태라 보면 된다.
그런데 아이폰 화면의 와이파이 부채꼴 표시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인터넷을 켜둔채 움직였는데 화면만 봐서는 연결이 계속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유튜브도 계속 재생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 한국에서도 주행 중 되잖아?”
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도로에서 속도를 올렸는데도 아이폰 상태바에는 삼각형 부채는 계속 Starlink Wi-Fi에 붙어 있었다.
여기서 내가 구조를 잘못 이해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은 이거였다.
위성 ─ O ─ Mini ─ O ─ 아이폰
아이폰에 와이파이 부채꼴이 떠 있으니까 위성까지 전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상태는 이거였다.
위성 ─ X ─ Mini ─ O ─ 아이폰
아이폰의 와이파이 표시는 아이폰과 Mini 사이의 연결만 보여주는 것이었다.
Mini가 위성과 인터넷 통신을 하고 있는지는 그 아이콘만으로 알 수 없었다.
유튜브가 잠시 계속 나온 것도 이미 내려받아 놓은 버퍼가 있었기 때문에 착각하기 딱 좋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아직 이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나는 정말 주행 중에도 되는것으로 착각했고 스타링크를 구매한 목적 중 하나인 고속도로에서 사용하기위한 다음 시험에 들어갔다.
다이소에서 바구니를 샀다
차 안 대시보드가 위성 전파수신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유리, 차 지붕, A필러 때문에 위성 시야가 막혀서 끊기는 것이지 지붕 위에 완전히 노출시키면 달리면서도 되는 것 아닐까?
이걸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부산에서 짐 하차한 후 시흥가는 짐을 잡아 경남 진북에 가서 짐 상차하고 가까운 다이소 검색해서 갔다.
Starlink Mini를 넣고 화물차 지붕 위에 고정할 수 있는 바구니를 하나 샀다.
정식 차량용 마운트도 아니고 일단 시험하기 위한 임시 장치였다.
Mini가 움직이거나 날아가지 않도록 미니는 바구니에 넣고 바구니는 양면테이프와 덕테이프 등으로 지붕 위에 단단하게 고착시키고 톨게이트 통과해 고속도로 나갔다.
이번에는 조건이 완전히 달랐다.
앞에는 유리도 없다.
지붕도 위성을 가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Starlink Mini 위에는 하늘뿐이다.
이 상태에서도 주행 중 인터넷이 된다면 한국에서 이동 중 사용이 가능한 것이고, 안 된다면 서비스 자체에서 막은 것이다.
이 시험이 결정판이었다.
차가 정지해 있을 때는 당연히 잘 됐다.
그런데 차를 움직이고 속도를 올리자 Starlink 앱에 경고가 나타났다.
요지는
속도를 줄여서 사용하라는 것.
그리고 결국 인터넷 연결이 끊겼다.
문제는 내가 챗지피티를 너무 믿었다는거다. 우리나라에선 서비스가 안된다라는 여러 사용자들이 증언했고
실제로 스타링크 국내 주문 페이지에도
“육상에서 주행 중(in-motion) Starlink를 사용하는 것은 현재 한국에서 지원되지 않습니다.”
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내가 스타링크 구매하기 전 챗지피티에 물어봤을때 챗지피티는 우리나라에서 주행중 서비스가 된다고 분명히 답을 했다.
하지만 내가 검색등으로 알아봤을땐 우리나라는 주행중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라고 알고있는데 챗지피티는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튜브에서 국내 모 유튜버의 인천에서의 주행 테스트를 보고, 또 아이폰의 Wi-Fi 표시까지 계속 살아 있으니 안내문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는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자기 최면을 건것이다.
결론은 공식 안내 그대로였다.
정차하면 되고, 달리면 안 된다.
그래도 지붕 위 시험에서 얻은 것이 있었다
주행 사용은 실패했지만 바구니 시험이 헛일은 아니었다.
차를 휴게소에 세워놓은 후 스타링크앱을 보니 연결이 된다. 지붕 위에는 Mini가 있다.
주변이 완전히 뻥 뚫린 장소도 아니었다.
산이나 시설물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하늘이 대략 60% 정도만 열린 조건도 있었다.
차가 정지해 있을땐 잘 붙었다.
속도도 실사용에는 충분히 나왔다.
여기서 중요한 걸 하나 알았다.
스타링크는 반드시 하늘 100%가 보여야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물론 하늘이 많이 열릴수록 안정적이다.
하지만 휴게소처럼 어느 정도 개방된 장소라면 하늘 일부가 가려져 있어도 웹서핑이나 영상, 사진 업로드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며칠 써보고 내린 결론
테스트 중 가장 크게 착각했던 것이 바로 아이폰의 Wi-Fi 부채꼴 표시였다.
Mini와 아이폰이 연결돼 있는 것과
Mini가 위성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걸 모르고 처음에는 고속도로에서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다이소 바구니까지 사서 Mini를 지붕 위에 올리고 직접 달려봤고, 결국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와 함께 인터넷이 차단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실망만 한 것은 아니다.
차를 세우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휴게소처럼 하늘이 60% 정도만 열려 있어도 지붕 위에 올려놓으면 인터넷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대시보드에서도 조건만 맞으면 되지만 이건 추천하지 않는다.
이러한 삽질의 끝에서 지금 나한테 Starlink Mini의 용도는 확실하다.
운전하면서 쓰는 인터넷이 아니라, 전국 어디든 차를 세운 뒤 꺼내 쓰는 독립 인터넷이다.
휴게소에서 사진을 NAS로 올리고, 맥북이나 아이패드를 쓰고, 이동통신망과 별도의 인터넷 하나를 확보하는 용도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이걸 산 가장 큰 목적도 결국 그거였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궁금해서.
그 호기심 때문에 주소 때문에 몇 시간을 날리고, 대시보드에 올려보고, 달리면서 착각도 해보고, 다이소 바구니까지 사서 지붕 위에 묶고 고속도로를 달려봤다.
덕분에 이제는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한국의 Starlink Mini는 달리는 차에서 쓰는 장비는 아니다.
하지만 차를 세우는 순간, 휴대폰 기지국과 전혀 다른 인터넷 회선 하나가 생긴다.
나한테는 그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만약에 있을 경우를 대비하며 내 곁에 남겨 두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