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데나우시가 얼마나 힘든지 몰랐을리가 없다

현대건설이 고작 철근 178톤을 빼돌려 돈을 남기려 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 대형 건설사가 철근 몇 톤 아껴서 회사 명운을 걸 이유는 없습니다.
아마 시작은 현장의 도면 해석 오류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건설도 도면의 two bundle 표기를 현장에서 잘못 해석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실수는 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실수를 만회할 시점을 넘겨버렸다는 겁니다.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승강장부 기둥에서 철근 누락 문제가 나왔고, 보도에 따르면 기둥 80개 중 50개에서 기준 미달이 확인됐으며 누락 철근은 약 178톤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국토부도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규모의 오류가 현장기사 한 명의 도면 오독만으로 끝까지 갔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첫째, 철근 물량에서 걸렸어야 합니다.
2열로 들어가야 할 철근을 1열만 넣었다면 자재 발주량, 반입량, 잔량에서 차이가 납니다. 178톤이면 현장에서 “어? 철근이 왜 이렇게 남지?”라는 신호가 나왔어야 합니다.

둘째, 배근 검사에서 걸렸어야 합니다.
기둥 주철근은 콘크리트 속에 묻히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핵심 공정입니다. 타설 전에는 눈으로 보입니다. 사진도 남습니다. 감리 확인도 있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못 잡았다면 품질관리 체계가 종이 위에만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셋째, 누군가는 멈췄어야 합니다.
원청, 하청, 감리, 발주처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한 번은 브레이크가 걸렸어야 합니다.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발견하고도 넘어갔다면 더 심각한 일입니다.

제가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공사판에서 이른바 데나우시, 즉 철거하고 다시 하는 일은 지옥입니다.
철근을 처음부터 제대로 넣는 것보다, 콘크리트 타설이 끝난 뒤 까내고 보강하고 다시 맞추는 일은 몇 배 더 어렵습니다.

그건 단순히 돈이 더 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작업자 안전, 공기 압박, 품질 불확실성, 책임소재가 한꺼번에 터집니다.
현대건설이 그걸 모를 리 없습니다. 감리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결과적으로 공사는 초기에 재공사를 하지않고 끝까지 그 지옥으로 들어갔습니다.

제 생각에는 처음부터 “철근을 빼먹자”는 고의 절감 사건이라기보다는, 현장에서 실수가 났고, 그 실수를 바로잡아야 할 시점에 멈추지 못한 사건에 가깝습니다. 공기 압박, 현장 책임자의 판단, 감리의 형식화, 대형 현장의 책임 분산이 겹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 나쁜 것은 발견 이후입니다.

서울시는 강판 보강으로 안전성을 기존 설계 이상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추가 공사비 약 30억 원은 현대건설이 부담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5년 11월 현대건설 자체 점검으로 문제를 인지했지만, 국토부 보고는 2026년 4월 말에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술적으로 강판 보강이 구조계산상 안전 기준을 넘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보강하면 원래보다 더 튼튼하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 구조계산, 시공관리, 감리체계가 뚫려서 이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철근 178톤이 아닙니다.
대형 건설사, 감리, 발주·보고체계가 모두 한 번씩 멈춰야 할 지점에서 멈추지 못한 사건입니다.

현대건설이 몰라서 그랬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알 만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데, 아무도 제때 멈추지 않았다는 게 더 무섭습니다.

글 번호: 102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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