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하나 만들고 나니 또 만들고 싶네?
운행일보와 운행지출은 지난 5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피티와 몇날 며칠을 뒹굴면서 겨우 만든 웹앱으로 쓰고 있었다.
운행 날짜와 거래처, 운임을 기록하고 입금이 되면 처리한다. 지출을 넣으면 통장 잔액과 다음 달 이월까지 계산한다.
그때도 이걸 내가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지피티가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싶었다.
어쨌든 몇 달을 내 장부로 잘 써먹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무슨 똥바람이 불었는지 아이폰과 맥에 설치해서 쓰는 네이티브 앱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당연히 어려움은 예상했다. 그래도 이미 웹앱이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만들면 그나마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 ‘그나마’ 때문에 또 앞도 안보이는 길에서 뒹굴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내 부족한 설명으로 인해 Xcode의 출하품이 웹페이지를 앱 안에 띄우는 형태로 나왔다. 내가 원한 건 아이폰과 맥에 맞는 화면이었는데, 나와 Xcode 안의 AI가 생각하는 앱부터 달랐던 거다.
기존 웹앱에도 엉성한 부분이 있었다. 그걸 정리하지 않고 옮기면 새 앱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화면만 보기 좋게 바꾼다고 장부가 정확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 계산과 저장 구조부터 다시 살펴보자고 생각했다.
가장 우려되는것은 소소한 지출, 기부금이나 앱 사용료처럼 매달 부정기적으로 몇만, 몇천원씩 나가는 돈을 매번 기록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통장에서는 빠져나가지만 장부에는 기록이 없으니 장부와 통장의 잔고는 항상 틀릴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름 생각한게 그건 조금 안고 가다가 몇만원쯤 되면 앱 안에서 잔액보정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풀었다.
이런 내 사용 방식까지 Xcode에게 설명해야 했다. 장부와 통장잔고 숫자가 다르다고 AI가 알아서 맞춰버리면 장부는 개판 오분전이 된다. 나중에는 어디서 틀어졌는지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작업은 셋이 했다.
나는 챗지피티에게 필요한 기능을 설명하고 실제 화면과 금액을 확인했다. 여기 ChatGPT와 먼저 진행 상황을 의논하고, Xcode 안의 AI에게 전달할 명령을 정리했다. 그 명령을 받아 Xcode 쪽 AI가 코드를 고치고 앱을 만들고 시험했다.
시키는 나도 처음이고,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니 허둥댈 수밖에없고 했지만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챗지피티와 Xcode는 찰떡같이 알아 들었다. 이런 신기한 넘들이….ㅎ
어쨋던 대화창은 어디 갔는지, 로그인은 왜 안 되는지, 앱은 만들었다는데 파일은 어디 있는지 그냥 때려치워 하는 맘 여러번 들었다.
어찌어찌 겨우 겨우 설치했더니 맥 모니터에 짜잔 뜬 앱이름이 운송장부가 아니고 ‘실기시험’이고 아이콘은 맥의 기본 그림이다.
하나 끝나면 또 하나가 튀어나왔다. 산 넘고ㅓ 물건너면 또 산이 가로 막는다.
더 답답했던 건 사용량 제한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용량은 인터넷 데이터가 아니라 AI 작업 한도다. 체감으로는 3분쯤 일하다가 한도를 다 썼다고 멈춘다. 그러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갓 시작했는데 배째라 멈추니 진짜 숨 넘어간다.
할 수 있나. 이럴 때 쓰려고 번 돈 아닌가?
결국 100달러짜리 구독까지 했다.
그렇다고 앱 하나 만드는 데 100달러를 전부 썼다는 뜻은 아니다. 설령 100달러로 이 정도 앱을 만들었다 해도 내게는 개혜자다.
어디 전문가에게 100달러 주면서 이런 앱 만들어 달라고 해봐라. 뺨 맞는다.
이후 새벽 세시까지 승인 누르고 비밀번호 넣으며 앱을 완성했다.
난 진짜 인간승리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이런 앱도 만들다니 말이다.
물론 코드는 AI가 짰다. 나는 옆에서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며 붙잡고 있었다.
기다린 시간까지 합치면 아이폰과 맥 앱을 쓰기까지 대략 열여덟 시간. 작업하고 확인하며 붙들고 있던 시간은 여덟 시간쯤으로 느껴진다. 초시계로 잰 건 아니다.
그 시간 내내 코드를 만든 것도 아니다. 로그인과 권한 승인, 설치, 화면 수정, 장부 대조, 내가 말을 잘못 알아듣거나 AI가 내 뜻을 다르게 받아들인 시간까지 포함이다.
특히 NAS 연결에서 시간이 걸렸다.
웹주소로 장부를 읽는 것과 NAS의 프로그램 파일을 백업하고 교체하는 건 다른 일이었다. 웹페이지가 열린다고 운영 폴더까지 고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집에서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하고 NAS 공유 폴더를 찾은 뒤에야 작업이 이어졌다.
장부는 먼저 조회만 하게 했다. 기존 웹앱과 매출·입금·미수금·은행 잔액이 같은지 대조한 뒤 저장 기능을 열었다.
시험 거래를 넣어 웹앱에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삭제한 뒤 기존 자료가 그대로인지 다시 확인했다.
‘빌드 성공’이라는 글자가 떠도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실제 아이폰에서 테스트 항목으로 입력하고 저장하고 다시 열어봐야 했다. 입금 완료된 거래가 미수금 목록에서는 빠졌는데, 운행 목록에는 여전히 ‘입금처리’ 버튼이 남아 있는 문제도 그렇게 발견했다.
내가 발견했다는 거다.
대단하지 않나? ㅋㅋ
계산은 맞아도 표시가 틀리면 쓰는 사람은 불안하다. 돈 다루는 앱에서는 그 불안도 문제다.
겨우 완성하고 한잠 자고 일어나니 또 다른 야망이 깊은 곳에서 꿈틀댔다.
내 전화기는 두 대다. 원콜은 안드로이드 번호, 24시콜은 아이폰 번호로 등록돼 있다.
아이폰 앱에서 원콜 화주에게 전화하면 아이폰 번호가 뜬다. 화주는 자기 내역에 등록된 번호와 다르니 불편해한다.
그럼 안드로이드에도 운행박스를 깔면 되잖아?
전날 자기 전에는 AI 사용량이 60%쯤 남았는데, 아침에 보니 90%가 남아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다.
뭐 나야 좋다.
다만 이 숫자로 앱 하나 만드는 데 정확히 얼마를 썼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
Xcode가 안드로이드 앱 만드는 속도는 빨랐다.
계산식과 서버 연결, 화면 구성과 시험 기준까지 아이폰 만들 때 마련돼 있었다. 필요한 부분을 옮겨 실제 폰 설치와 전화, 저장·삭제 확인까지 약 53분 걸렸다.
그러다 좀 신기한 것도 봤다.
맥에 연결된 안드로이드폰을 AI가 조작하더니 내 아이폰으로 시험 전화를 건다. 아이폰에 안드로이드 번호가 뜬다.
내가 시키긴 했는데 눈앞에서 보니 묘하더라. 진짜 놀랐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앱 하나 만드는 데 53분이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에서 열여덟 시간 헤맨 덕을 본 거다.
해보니 AI가 앱을 만들어주는 건 맞다.
그런데 내가 뭘 원하는지까지 처음부터 알아주는 건 아니었다. 기존 자료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계산을 유지해야 하는지, 무엇을 바꾸면 안 되는지 설명하는 일이 꽤 중요했다.
코드를 모르는 사람도 여기까지 할 수는 있다.
나를 보면 안다.
다만 “만들어줘” 하고 자고 일어나면 끝나는 일로 생각하면 나처럼 허둥댄다.
나는 이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맥에서 같은 NAS 장부를 쓴다. 원콜 화주에게는 안드로이드에서 등록된 번호로 바로 전화한다.
이 정도면 100달러가 아깝지는 않다.
그런데 아직 용량이 남았다.
그래서 또 뭘 만들까 하고 있다.
맥 用

아이폰 用

겔럭시 用


